공공의료 정보를 알려 드립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24시간 내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평균 14~15시간 근무"
"코로나19 역학조사 외 다른 감염병 대응 동시 진행, 민원 대응까지 역학조사관 업무 매우 다양"
"역학조사관으로써 사명감, 일에 대한 흥미, 올바른 방향성을 찾기 위한 시야 중요"
"역학조사 현장을 위한 지자체 실정에 맞는 감염병 인력 지원과 포스트코로나시대 대비를 위한 역학조사 통합시스템 구축 중요"
"코로나19 빠른 종식과 우리자신의 건강을 위해 백신접종과 역학적 조치 협조 부탁"
바야흐로 위드코로나 시대... 지역보건 현장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건강만사(건강한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제4호에서는 코로나시대에 방역의 최전선에서 서울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심지우 송파구 감염병 역학조사관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Q.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최일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지우 송파구 감염병 역학조사관님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서울특별시 송파구 보건소 역학조사관 심지우입니다. 저는 작년 9월부터 감염병 역학조사관으로서 업무를 해 오고 있으며, 현재 송파구 확진자 발생 위험시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인구수 1위인 송파구에서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고될 때가 많지만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Q. 대부분 역학조사관은 아침 일찍 출근해 다음날 새벽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루의 일과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 되십니까?
A. 올해는 작년과 다를 거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버텨왔었는데요. 2020년에 이어 올해도 매일아침 긴장 속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현황 보고를 받으면서 업무를 시작하고, 고위험시설 현장으로 나가 위험도 평가를 진행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서울시‧질병청 조사관분들과 논의하면서 격리분류와 역학적 조치하는 업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타 자치구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편인 송파구에서의 감염병 업무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14∼15시간 정도입니다. 역학조사는 보통 발생 후 24시간 내 조치를 취해야 하므로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혹시 집단 클러스터에서 특별 관리해야하는 고위험 현장이 많다면 근무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Q.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 수행으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역학조사관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높습니다. 역학조사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역학조사관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합니까?
A. 지자체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매우 다양합니다. 역학조사관의 고유한 업무뿐만 아니라 역학조사관을 찾는 민원 대응도 상당합니다. 현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분들이 감염병 업무가 코로나19 대응만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외에 다른 감염병에 대한 대응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대응 인력이 많지 않을 뿐더러 50개가 넘는 법정감염병에 대한 업무도 진행해야 합니다. 감염병 대응에 대한 역학조사관의 업무를 큰 범주로 본다면, 고위험 시설에 대한 추가 전파 예방을 위한 역학적 조율, 집단 발생 클러스터 관리 및 노출자에 대한 분류조치 등을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염병 역학조사관이 되려면 대학에서 의학, 간호학, 보건학 등을 전공하고 2년간의 역학조사관 수련과정을 이수해야 가능합니다. 또한 질병관리청 등 관련 기관에서 일정기간의 연구나 근무경력이 있으면 채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방역, 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해온 공무원, 의료인, 역학조사 교육 및 훈련을 이수했거나 감염병 관련 분야 전문가 또한 역학조사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생명분자 유전공학을 전공하였고, 2018년부터 송파구 보건소에서 WHO 건강도시 및 감염병 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이 시작되고 송파구 역학조사관으로 지정되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Q. 역학조사관으로 일하시면서 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기억에 남거나 보람된 현장경험이 있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매순간이 기억에 남고 보람되었지만, 특별히 ○○재활원 장애인복지시설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유행 종결까지의 약 두 달간의 모든 시간들이 기억에 뚜렷합니다. 송파구 여러 집단 클러스터를 진행하였지만, 이곳은 인지시점부터 높은 발생률을 보였고 장애인분들의 집단 거주 형태는 처음 겪는 상황이였습니다. 노출 장소‧동선‧접촉력별 위험도 분류(grading)와 빠른 소산 대책을 수립하며 서울시·질병청 조사관님들과 몇 주간 밤을 세워가며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각 부처의 행정적인 의료인력지원, 시설지원 등으로 무사히 끝날 수 있었습니다.
Q. 작년 저희 재단에서 개최한 「코로나19 보건소 대응 긴급좌담회」에서 역학조사를 위해서는 역학조사관 외 조사요원, 행정요원 등 역학조사 인력들에 대한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감염병 대응현장에서 역학조사 인력들의 역할이 구분되어 이루어지고 있나요?
A. 역학조사관, 역학조사 요원, 감염병 행정담당, 역학조사 시스템 지원인력 등의 업무에 대한 구분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감염병 업무 특성상 서로 유기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서로서로 도와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따로 콜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많은 민원들이 역학조사관을 직접 찾는 분들이 많아 업무의 로딩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자체의 업무 특성상 역학조사 인력의 역할 구분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신속성, 전문성 그리고 효율성을 위해서는 역학조사관, 행정지원반, 역학조사원, 민원지원 등 각 분야의 역할 정립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해외의 역학조사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가진 강점과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십니까?
A. 신속한 정부의 방역체계 거버넌스 구축과 높은 시민의식이 한국이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EISS 역학조사지원통합시스템 등 수사기법의 도입과 같은 각 부처의 협업 등으로 역학조사의 질과 정확성 면에서 발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역학조사 시스템의 취약점은 개인적으로는 해외와 비교해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역학조사 과정에서, 시민들의 거짓말이 만연하여 어려운 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역학조사관으로써 이를 걸러내고 판단할 수 있는 현장경험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역학조사관으로써 가장 중요한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1급 감염병으로 구분되어 대응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역학조사를 진행하며 여러 사례를 접하였습니다. 고의적인 누락진술과 GPS 혼란주기 등 여러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역학조사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과 능력은 첫째, 사명감 둘째, 일에 대한 흥미 셋째, 망원경과 현미경의 시야를 가질 것 등 입니다.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며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흥미가 있어야 고된 업무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매순간이 변수가 될 수 있는 코로나19 시대에 올바른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는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학조사관의 80%가 정서적 탈진(번아웃)을 경험하는 등 감정소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다수는 향후 역학조사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심 역학조사관님께서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가 많으실 텐데, 어떠신지요. 또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A. 주변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체력적인 한계로 번아웃 뿐만 아니라 극심한 체력 저하로 병가에 들어가신 조사관분들이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역학조사관 분들과 저 또한 신체적, 정신적인 한계를 종종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들긴 하지만 저는 감사하게도 주변에 좋은 동료들과 상사 분들이 많아 서로 의지하며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잠깐의 쉬는 시간에 되도록 서로 농담도 하며 서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Q. 최근 한 지자체에서는 역학조사관 채용을 위한 16번의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역학조사관, 왜 지원자가 없을까요?
A.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막연함과 뒤따라오는 책임감이 큰 요인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확진자 발생 시작부터 노출자의 격리구분 그리고 고위험 시설에 대한 특별관리(코호트, 폐쇄) 결정 등. 매순간이 큰 책임과 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 시각으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결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행 종결 시까지 매순간의 신속한 조치와 시설과의 조율 등으로 개인적인 시간에도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잦습니다. 이런 사유로 지원자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역학조사관 입장에서, 감염병 위기대응 및 예방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거나 지원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대비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A. (개선 또는 지원 부분) 현재 질병관리청의 위기대응 시스템 구축은 잘 설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자체 실정에 맞는 감염병 인력 지원지침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감염병 인력에 대한 전문성 존중과 비상시 각 부처의 인력 보충 및 지원이 필요합니다. 장기근속 감염병 직원들은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는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코로나19 관련한 업무를 보건소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우에는 힘이 많이 빠집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인 만큼 각 부처의 협업과 분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감염병 인력을 위한 포상(공훈 등) 및 의무휴가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준비) 벌써 1년 6개월이라는 길고도 지겨운 마스크 생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다가도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인도에서 코로나로 인한 털곰팡이균 감염증의 유행 시작이 공식선언 되기도 하였습니다. 4∼5년 주기의 감염병 유행이 1.5∼2년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진화되고 발전되는 감염병의 등장으로 우리 생활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으며 또 다른 상황으로 바뀔 것입니다. 감염병 역학조사관의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하여 감염병에 대한 역학조사 통합시스템 구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통합시스템이 아닌 각 분야별 시스템과 개별적 심층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심층자료, 위치기반정보, 결제정보, 확진정보 연계, 역학조사관 핫라인 채널 등 통합시스템이 구축되어 전국의 현황을 한눈에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역학조사를 위해 시민들에게 협조·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코로나19 장기화로 시민들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으시겠지만, 코로나19의 빠른 종식과 우리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백신접종을 하고 방역당국의 역학적 조치에 협조를 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역학조사관과 감염병 대응인력은 오늘도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추가 전파 예방과 대응 조치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 본고는 인터뷰 대상자의 요청으로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발행일: 2021. 6. 28.
담당자: 건강돌봄지원본부 김유진, 김윤수, 문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