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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서울 5호. 팬데믹 위기 속 나아갈 길을 묻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최재필 감염관리실장

    백지선 등록일 : 2021-06-28조회수 : 1081
  • 서울특별시립병원 숨은 명의 찾기 프로젝트 Dr. Seoul 5호! 서울의료원의 감염내과 전문의 최재필 감염관리실장 인터뷰

     

     

    팬데믹 위기 속 나아갈 길을 묻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최재필 감염관리실장
    팬데믹 위기 속 나아갈 길을 묻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최재필 감염관리실장

     

    “코로나19는 시립병원에 감염병 중심의 전사(全社)적인 변화 계기 부여”

    “보건·의료·행정이 융합된 서울시 감염병연구센터의 역할 기대”

    “백신접종 이후 병원 노출을 통한 발생건수 감소, 병원 감염관리 부담 감소”

    “직역 구분 없이 보건의료인으로 인정하는 확장된 연대의식 필요”

    “감염병 문제는 사회적 연대 필수적인 사안으로 대응 사고체계 변화 필요”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재필입니다. 

     

    ○ 의사로서 감염내과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학생 때 패혈증과 같은 감염성 질환 때문에 생사를 넘나드는 위독한 환자들의 생명을 살려내고자 고군분투하시는 감염내과 선생님들을 보면서 심정적으로 끌려서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감염내과는 실험실 안에서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연구하고 인체에 적용하는 미시적인 의료와 단순히 병원 내부뿐만 아니라 넓게는 국가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 발생(outbreak) 관리라는 거시적인 보건의료, 이 두 가지 영역을 함께 연구하고 시스템에 적용하는 역할을 하는 과입니다. 학생 때 저는 이러한 미시적 영역과 거시적 영역 모두에서 일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보직을 맡고 계신 서울의료원 감염관리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염관리실은 병원 내부에서 감염병으로부터 환자와 직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법에 대한 교육 제공과 함께 모니터링 및 예방활동을 실시합니다. 또한 감염 발생 시 신속하게 원인을 찾아내어 조치하는 위기대비 및 대응 관리부서입니다. 감염관리의 원칙 안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고 과학적인 증거가 쌓여감에 따라 균형을 맞춰 실제(practice)를 결정하며, 결정된 부분들에 대하여 직원들에게 설득하고 적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감염관리실에서 하는 일입니다. 

     

    ○ 코로나19를 대응하시면서 병원 안에서의 감염내과의 위상과 역할이 두드러졌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장에서 체감하시기는 어떠신가요?  

     

    “코로나19는 시립병원에 감염병 중심의 전사(全社)적인 변화 계기 부여”

     

    감염내과의 양적인 필요가 증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병원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감염내과화(化)가 더 맞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간단했습니다. 인플루엔자는 이미 예비된 경험이었고,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험은 병원 안에서 해결하면 되었으니 병원의 언어로 설명하고 병원 감염을 잘하도록 하면 되었는데, 코로나19는 기존의 경험을 넘어섰습니다. 감염관리부서가 결정하고 병원 내 일부 부서가 적용했던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병원 차원의 결정과 병원의 전사(全社)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구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병원이 어떤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 하는 과정에 감염내과가 의견을 제시하고 최선을 도출하도록 지원하는 구조로 변화된 것이죠. 실제적인 경험에서 얻어진 지식보다도 원칙이 늦게 변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 안전하다고 할 때 감염내과에서 선제적으로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설득하여 실제에 적용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및 소통 역할이 중요”

     

    새롭게 발생한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모두가 두려워할 때 실질적인 지침을 개발하여 현장을 설득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소통 과정이 중요합니다. 단적인 예로는 방호복의 수준이나 격리병동의 수준 변화와 같은 겁니다. 코로나19 초기 방역체계는 신종플루나 메르스 같은 것을 경험하면서 외국의 고위험 병상시설을 견학하고 와서 결정된 구조입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이렇게 최대한의 수준으로 대응하지만 점차 지식과 정보가 쌓이면서 불필요한 자원이 투입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반병원에 음압기를 설치하고 개조해서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조나, 동선에서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서로 의논하면서 최선의 시스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준을 만들어 간 겁니다. 의학적 사실과 보건학적인 사실 간의 차이,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사실 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무심코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파장이 굉장히 큽니다. 지표에서는 단순하게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로 표현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확산과 그로 인한 여파는 저희들의 계산 밖에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소통을 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실제로도 소통의 방법들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 20년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에 서울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단장으로 역임하셨는데, 그 당시의 경험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보건·의료·행정이 융합된 서울시 감염병연구센터의 역할 기대”

     

    초기에 모두 우왕좌왕할 때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팀을 나누어 역학조사의 기틀을 만들었던 것과 이런 부분들이 서울시 감염병 관리 시스템에 반영되었던 것이 보람 있었습니다. 한편 보건과 의료, 그리고 행정이 강조하는 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건과 의료와 행정이 하나의 합의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일을 시작하였으나, 실제에서는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적은 인원으로 여러 일들을 담당했는데, 지원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에도 지원이 적어 아쉬웠습니다. 단적인 예로 고용형태가 불안정하다보니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해도 많은 단원들이 타 기관으로 이직하였습니다. 이렇게 인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부분이 가장 큰 위기이자 개선되어야할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년 7월 감염병관리지원단이 서울시 시민건강국 산하에 감염병연구센터가 설립되어 이런 문제가 해소되었습니다. 감염병연구센터는 보건, 의료, 행정이 융합하고 시에서 직접 투자 관리하는 체제로 직원의 고용 불안정성, 보건의료행정과의 업무 위상조정 등이 해소된 구조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성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 코로나19 백신접종 이후에 입원환자군의 변화 등 병원에서 체감하시는 백신접종의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앞으로 코로나19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백신접종 이후 병원 노출을 통한 발생건수 감소, 병원 감염관리 부담 감소”

     

    병원이 예방접종을 시행함에 따라 병원에서의 노출을 통한 전파사례가 감소하고 병원에서 노출이후 시행해야 했던 감염관리 부담이 감소했다는 점이 실감하는 큰 변화입니다. 초기만 해도 병원에 확진환자 한 명이 다녀갔다고 하면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요양기관에서의 환자 발생건수가 감소하여 중증도가 감소된 것 또한 실제 입원에서의 큰 변화입니다. 앞으로 중환자는 5% 선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치료센터, 전담병원체계와 중증치료병상체계를 통해 환자의 발생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백신접종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중증도가 감소될 것이고 대규모 발생보다는 산발적인 소규모 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 [칭찬 릴레이] 20년 코로나19를 함께 대응하시며 칭찬하고 싶은 직원을 꼽자면 누구일까요? 이유도 함께 나눠주세요.

     

    “직역 구분 없이 보건의료인으로 인정하는 확장된 연대의식 필요”

     

    코로나19 대응은 전 병원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애쓰고 계신 모든 분들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의료인류학자인 브로디는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경험을 통해 감염병 팬데믹의 상황에서 전통적인 보건의료전문가(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역이 함께 역할을 나누어 업무를 하는 ‘확장된 직업윤리의식, 연대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병원 안에서의 연대를 생각해본다면, 직역 구분을 없애고 자격을 내려놓는 일인 것 같습니다. 기존처럼 의사의 역할, 간호사의 역할을 구분하다보면 감염병 상황 앞에서 실제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환자가 적을 때는 의료진만 투입해도 충분했었지만 감염병 상황이 장기화되고 환자가 많아지니 의료진만 투입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의 진료지원부서나, 행정부서, 이송기사님들, 청소업체 직원분들 모두를 보건의료인으로 인정해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에서는 국가 지정 격리병상에 들어간 의료인에게만 지원금을 지급 한다든지, 혹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만 보상하려고 하는데, 은연중에 이러한 연대성을 해치는 일들이고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난적 감염병 상황에서 연대의 개념을 사회적으로 확장해본다면 어떨까요? 사회적인 연대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눠주세요.

     

    “감염병 문제는 사회적 연대 필수적인 사안으로 대응 사고체계 변화 필요”

     

    처음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전담병상을 운영하여 대부분의 확진환자를 감당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공공병원에서 환자를 다 감당할 수 있으면 좋지만, 감염병 문제는 공공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의료계의 문제이자,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의료기관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환자가 격리 해지되어 살던 곳으로 돌아갈 때를 생각해보면 지역사회에서의 낙인 문제도 있고 포스트코로나 신드롬 자체로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보건체계에서 정신이나 심리상담도 필요하고 격리해지자에 대한 수용과 신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로는 이미 항체가 있는 사람들인데, 현실에서는 여전히 질병의 매개체로만 보는 거죠. 격리해지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데 필수적인 것이 사회적인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거버넌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환자 발생률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는데 격리해지자들을 돌보는 것까지 거버넌스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팬데믹의 중기로 넘어왔기 때문에 초기의 대응사고와 체계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서울의료원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기본적인 안전을 위해서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전에는 감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적 투자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인적 투자를 통해 안전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을 통해서 일반병상이 줄어들면서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환자와 일반환자 진료 역할을 함께 감당하고 있는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이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에서 중앙,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립되게 되는 것은 잘 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중앙집권적인 구조의 문제점은 중앙 의존도가 높아지고 시(市) 단위에서 초기 대응에 민첩하게 관여할 수 없고, 재확인(double check)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메가시티이자, 관문도시로서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탈중심화(decentralization)가 필요하며, 서울시도 자체적인 감염병 연구·임상 기능을 갖춘 대응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감염병연구센터와 보건환경연구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감염병 대응의 임상 시설로서 서울의료원과 같은 곳을 확대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재필 실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건강’이란 무엇인가요?

     

    건강이 어떤 사람에게는 증진의 문제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사회가 연대성을 가지고 서로 돌보고 돌봄을 받는 관계인 것을 인정하고 돌보는 것, 그게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 닥터서울 5호 편집본 상단 E-book으로 보기 및 PDF 다운로드 통해 확인

     

     

    발행일: 2021년 6월

    발행인: 김창보

    편집인: 유창훈, 박은영, 백지선, 전병학, 정다은, 조수연

    사  진: 서울의료원 홍보팀 박문수